-
로마 2일차. 우린 일하려고, 돈벌려고, 커리어 쌓으려고 태어난 건 아니니까.유럽여행 2022. 11. 10. 22:43

로마에 온지 2일차. 관광지들을 보러 다닐 법도 한데 숙소 근처 카페에 왔다. 막 특별한 카페는 아니고, 현지인들이 오가는 듯한, 구글맵스 평가는 좋은 그런 카페다.

난 오히려 이게 좋다. 현지인들과 같은 카페에 앉아서 일기를 쓰는 게 여행 중 가장 즐거운 일 중 하나다.
이런 평범한 카페가 이 사람들의 일상 속 장소이자 문화이고 나도 그 속에서 같이 즐기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일기를 쓰면 나를 돌봐주는 듯한 위안을 받는다. 여행온지 거의 3주가 지났다. 여행을 와서도 꾸준히 주 1회 마노 업로드와 힐링방석 모임을 하고 있긴 하지만, 원래 해오던 새벽 기상이나 운동, 미라클모닝을 하지 않다보니 (여행하면 체력이 달려서 못했다) 자존감이 조금 낮아졌다.
여기와서 해낸 것들이 숙소 구하기, 밥 잘 챙겨먹기, 어떤 여행지 갈지 정하고 가기 정도니까. 물론 여행에서는 중요한 일이지만, 스스로는 별로 해낸 것이 없다고 느껴져서 그랬던 것 같다.
근데 사실 여행도 그렇고, 우리 인생도 그렇고 뭐 엄청 특별한 걸 해내려고 사는 건 아니지 않나. 일을 잘하는 것, 돈 잘 버는 것, 커리어 쌓는 것 그게 삶의 전부이자 우리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우린 일하려고, 돈벌려고, 커리어 쌓으려고 태어난 건 아니니까. 먹고, 자고, 건강하고, 행복한 것만으로도 우린 잘해내고 있는거지.
여행에서는 일상에서 놓치고 있던, 기본적인 걸 많이 배우는 것 같다. 일상의 소중함 같은 거.
카페 주인 아저씨는 스타일이 독특한 분이였다. 카페에 흘러나오는 노래, 옷 스타일로 미루어봤을 때 락을 좋아하시는 것 같았다. (락을 좋아하는 동생의 고증이다.) 스타일이 특이해도, 처음 봐도 마음이 편안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미소로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그런가?
동생이랑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미소짓는 사람이 진짜 여유있는 사람 같다고. 외국인들 중에는 눈이 마주치면 미소를 짓는 사람들이 많다. (아닌 사람도 많지만.)
한국에서는 길거리나 대중교통에서 마주쳐서 처음 본 사이인데 미소 지으면 이상하게 생각할텐데. 유럽에서는 한국보단 흔하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나도 모르게 친절하게 대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사람들은 어딘지 모르게 여유로워보인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나도 평소에 딱딱한 표정보다는 미소를 장착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출출해져서 저녁 먹으러 온 레스토랑. 여기도 현지인 맛집이라고 해서 왔다. 이탈리아에 오면 스프릿츠를 마셔야 한다기에 한잔 시켜봤다. 스프릿츠는 와인을 희석한 칵테일이라는데 썩 내 스타일은 아니라서 이때 이후로는 안 마셨다지 ㅎ

까르보나라 파스타 
가지 라자냐 
티라미수 5년 전에 혼자 여행왔을 때 '유랑'에서 동행을 구했던 경험이 좋았기에, 계속 동생이랑만 지내오다가 이 날 처음으로 저녁 동행을 구하려고 했다.
카톡방을 만들고 열심히 식당을 서치해서 식당 보기랑 함께 '어디갈까요?' 라고 보냈다. 그런데 읽고는 감사하다는 말이나 답장이 없었다. 저녁 시간은 다가오는데... 이미 기분이 상했다. 기본적인 매너가 없는 사람과는 동행을 하고 싶지 않아서 채팅방에서 내보냈다. 그러니까 조금은 후련하더라.
나보나 광장 옆에 있는 레스토랑 겸 카페 겸 술집 같은 곳. 공간이 완전히 외부에 있는 게 아니고 반 외부라고 할까? 그렇게 되어있어서 신기했다.

핑크색 불빛이 오묘하니 예뻤고, 조각상으로 꾸며둔게 갤러리 같았다. 한국에 있었다면 인스타 사진 찍기 좋은 힙한 장소였을 듯한,, 근데 여기 손님들은 의외로 나이대가 높았다. 노부부 동반모임? 회식? 같은 걸 하고 있었음 👀

스프릿츠보다는 네그로니가 역시 내 스타일이야. 네그로니 제일 처음 마셨을 때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엄청 씁고 독해서 깜짝 놀랐었는데, 이 술, 씁쓸달달한 것이 마실수록 매력있다. 내 최애 칵테일인데 한번 마셔보시길.

이대로 숙소에 들어가긴 아쉬워서 천사의 성 야경까지 구경하고. 밤 마무리.
'유럽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레르노 1일차. 소통이 안되면 비용이 된다 (0) 2022.11.14 로마 3일차. 로마에 더 있을까, 포지타노를 갈까, 다른 나라를 갈까. (0) 2022.11.12 로마 1일차. 트레비분수에 동전을 못 던졌다 (0) 2022.11.09 스위스 6일차. 캐리어 그리고 이탈리아어 (0) 2022.11.08 스위스 5일차. 가고싶은 곳은 내가 정하는 것 (0) 2022.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