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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예술모임 aura 후기
    일과 생각 2022. 12. 4. 16:33

    어제, 정원님이 만든 문화예술모임 aura에 다녀왔다.


    부산에서 2시에 출발했지만 버스가 지연되서 좀 늦게 도착했다. 도착하니 10여분 정도 계셨는데 이미 화기애애한 분위기라 서로 아는 사이인 줄 알았으나 다 처음 보는 사이라고...!


    각자 음식을 포장해와서 나누어먹는 포트럭을 한다고 들어서
    난 보슬보슬 계란김밥과 묵은지말이를 사갔다. 다들 좋아해주셔서 감사했다. 어떤 분은 이전에 '언어의 정원'에 오래동안 참여하시던 분인데, 오랜만에 모임에 간다고 하니 따님과 아내분이 도시락을 직접 싸주셨다고.. (다들 감동 🤭)

    포트럭은 처음이였는데, 김밥, 도시락, 치킨, 피자, 스시, 빵, 방울토마토 등 각자 음식이 겹치지 않아서 나눠먹는 재미가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이런 작은 이벤트 아닌 이벤트를 하니 좀 더 가까워진 기분도 들었고. 돌아가며 자기소개도 하고, 가져온 음식이 왜 자신의 소울푸드인지, 최근 인상깊었던 이야기 등을 나누었다. 사실 처음 본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난 하나같이 다 관심이 갔고, 각자의 인생을 대리체험한 것 같아 흥미로웠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얘기를 적어보자면
    - 원래는 실망하는 게 싫어서 큰 기대를 안 하려 했다.
    하지만 난 기대하는 게 좋다. 그래서 큰 기대 대신 작은 기대를 하려 한다. 작은 기대를 하면 작은 실망이 오니까, 그 정도는 이겨낼 수 있어서.

    - 의연함
    어찌할 수 있는 것과 어찌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어찌할 수 없는 것은 말 그대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것에 대해서는 의연해지고,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것에 좀 더 집중해서 바꾸기로.

    -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어야 매력이 있다. 빛만 보여주려 하면 매력 없다.

    - 내 고민, 내 이야기를 꺼내면 객관화된다. 그걸 하나의 주제로 해서 타인들이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 크게, 심각하게만 보였던 고민이 현실적으로 보이고 마음의 짐이 작아지는 것 같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다보니 2시간 반이 훌쩍 지난 시점에서 올라프 엘리아슨 다큐를 보기 시작했다. 그 다큐는 바로 넷플릭스에 있는 앱스트랙트 시리즈 !


    처음에 정원님께 <올라프 엘리아슨> 다큐를 본다는 말을 듣고 '저 참여해보고 싶은데 사전지식 없어도 상관없죠,,?'라고 카톡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ㅋㅋㅋㅋ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예술을 잘 모르는 사람이기도 하고, 다큐멘터리라고 하니 재미없을 것 같았는데... 이게 왠걸.. 재밌었다! 왜 재밌지? 😄 왜 재밌었는지 생각해봤다.

    첫째, 혼자서 긴 영상을 보면 중간에 끊거나 집중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다 같이 같은 공간에 앉아 한 영상을 보니 집중해서 재밌게 볼 수 있었다.

    둘째, 올라프 엘리아슨이 관객에게 생각할 권리를 넘겨주어서 어렵게만 느꼈던 예술을 쉽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나는 예술이 어렵긴 하지만 좋아한다. 그래서 이번 유럽여행에서도 영국과 프랑스에서 미술관에 갔다. 하지만 도슨트를 듣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내 해석대로 보고 싶은데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게 싫기 때문이다. 예술에 정답을 만들어두는 게 예술을 어렵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올라프 엘리슨은 관객이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스스로 느끼고 각자가 다르게 해석할 수 있도록 했다. 내가 예술을 취하는 방식과 비슷했다. 그래서 쉽게 느껴졌던 듯하다.

    다큐 내용 중 인상 깊었던 것들을 정리하자면 (보면서 메모장에 적었다ㅋㅋ)

    - 어떻게에 집중하다보면 왜를 잊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는 팀원들이 해줄테니 나는 왜를 고민하는 일을 한다.
    (공감이다. 난 요즘 어떻게에 집중하고 있었던 것 같다. 조금만 정신을 놓으면 왜를 까먹게 된다.)

    - 한 공간을 공유하기 위해 모두가 똑같아질 필요는 없다.
    (위에서 내가 예술을 취하는 방식과 비슷한 말인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동일한 공간을 보더라도 모두가 똑같이 생각해야할 필요는 없지. 나는 다양성이 좋다. 그리고 이 다양성이 새로운 걸 만들어낸다고 믿는다.)

    - 예술가가 큰 프로젝트를 하려면 자기 확신이 있어야 한다.
    (이건 진짜 대단하다고 느꼈다. 저 사람은 얼마나 자기 확신이 강한거야.)

    - 댄스, 건축 등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서 배워나갔다.
    (기하학+자연+미술+건축 ->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이 조합되는 마법.
    그래서 하나의 분야만 빠지지 말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배워야 하는건가 싶다.)

    - 색깔이 주는 느낌.
    (올라프 엘리아슨이 영상 초반에 영상에서 색을 바꾸며 방의 분위기를 온전히 느껴보라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같은 방에 색깔만 바뀌었을 뿐인데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다. 이게 색깔이 주는 힘인가. 나는 색채에 약한 편인데 색깔 잘 쓰고 싶다.)

    - 흑백 속 색깔은 집중하게 만든다.
    (이게 바로 단순함인가. 평소 마노 콘텐츠를 만들 때에도 나머지는 흑, 백인데 진짜 중요한 부분에만 하이라이트를 하려 한다. 그러면 집중도가 확 높아지기 때문에. 색깔을 차별적으로 사용하는 것의 중요성.)

    - 추상적인 것을 어떻게 구현해야할까? 가지를 쳐서 본질만 남기는 작업이다.
    (이 내용은 요즘 내 최대 관심사이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인 '여유로움'이 너무나 추상적이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막막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내용을 던지다니 눈동자가 확장됐다. 근데 올라프 엘리아슨 설명이 어려워서 100% 이해하지 못했다. 다시 봐야지.)

    - 남들이 너무 뛰어나니 나에게 충실해야겠어. 생각할 권리는 참여자에게 넘겨주어야겠어.
    (어제 모임 참여한 분 중에 이런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어딜 가도, 어느 집단에 가도 나보다 잘하는 사람은 무수히 많고, 나보다 못하는 사람도 무수히 많다. 만약 과장->부장으로 진급했다고 치자. 그러면 과장 집단의 맨 위에 있다가 부장 집단의 0에서 시작하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최고봉이 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최고가 되는 걸 꿈꾼다. 나도 그렇고.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를 끊임없이 질책한다. '넌 왜 이것밖에 못해?' 그런데 사실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많다는 건 당연한 일인거지. 그걸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고 묵묵히 계속하는 게 이기는 일 아닐까. 혹은 엘리아슨처럼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꾸어버린다던가.)

    - 선으로 그리다보면 보이지 않는 걸 보게 된다.
    자동차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다 자동차를 볼 수 있는 상상력이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요즘 디자이너, 포토그래퍼, 작가가 부럽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사람들이라서, 결과물을 눈으로 보여줄 수 있으니까. 마케팅같은 지식은 내 뇌를 꺼내어 보여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런데 엘리아슨은 원래 존재하는 빙하를 도시에 가져와서 사람들에게 얼음이 녹는 걸 보여준다던지, 너무나 광대하고 추상적인 도시별 햇볕이라는 개념을 흰 종이에 반사시켜 색의 변화를 보여준다던지 등의 방법을 썼다. 보이지 않는 걸 저렇게 쉽게 보여줄 수 있구나. 너무 쉬웠다. 그래서 쇼킹했다. 생각의 전환이란 이런 거구나.)

    - 생각을 행동으로 바꾸는 일
    (엘리아슨의 '기후변화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는 빙하가 녹고 있다는 걸 사람들이 직접 느끼고 기후 변화를 위해 행동하도록 만들기 위해 빙하를 도시로 옮겨왔다. 그걸 처음에 보고는 '저렇게 하면 더 기후에 안 좋은 거 아니야...? 이상한데...?' 싶었는데 사람들이 직접 만지고, '진짜 녹고 있구나. 기후가 심각하구나.' 느끼는 그 포인트들을 보고서는 그 사람이 뭘 의도하는지 알았다. '행동이 변하려면 감정적 요인이 더 크다'며, '머리로만 아는 거랑 만지는 거는 다르다. 차갑단 걸 알려면 진짜 만져봐야한다'는 것이다. 한 수 배워갑니다.)

    - 문화란 몸으로 움직이는 것
    (문화란 몸으로 움직이는 것이라니.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문 밖으로 나와봐야 한다니. 맞는 말이다. 요즘 여러 모임을 참여하면서 느낀다. 집에서 노트북 속 줌으로 보는 거랑은 너무 다르다. 직접 가봐야, 발로 움직여 봐야, 대면하고 말해봐야 안다. 그게 문화다.) 

    - 예술은 현실에 없는 걸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일상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것
    (난 여행을 해도 너무 많은 곳을 둘러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 군데에 오래 앉아 그 곳을 자세히 살펴보는 걸 좋아한다. 그러면 새로운 게 보인다. 어떤 말을 하는지 알겠어서 극공감하며 봤다.)


    올라프 엘리아슨 다큐를 보고 브랜딩 하시는 분, 철학 전공에 스튜디오 운영하시는 분, 역사 전공인 분, 스타트업 대표님,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디자인 리더분 등 다양한 분들의 관점을 듣고 '아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싶은 것도 많았다. 또, '나 여기 와서 한 마디도 못하고 갈 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하고 갔지만, 생각보다 많이 말해서 뿌듯하기도 했고.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 무려 4시간 동안 했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모자랐다. 그 정도로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오갔다. 다음에도 기회된다면 또 참여하고 싶다. 내가 서울에 산다면 매번 참석할텐데 🥲